오비디우스(B.C.43~A.D.18)
오비디우스는 베르길리우스와 호라티우스와 더불어 로마의 황금기를 대표하는 시인이다.
오비디우스는 이탈리아 중부 지방의 부유한 기사 가문에서 태어났다. 당시의 많은 기사층 출신의 자녀들처럼 오비디우스는 일찍 로마로 유학하여 관리가 되기 위한 필수교육인 수사학과 웅변술을 배웠다. 법조계로 진출하는 것이 부친의 소망이었으나 본인은 법률 공부보다는 시작(詩作)이나 화려한 사교를 즐겨, 법정변론을 하려 해도 "말이 저절로 시가 되었다"라고 한다.
문화의 중심지 아테네로 유학을 한 후 로마로 돌아와 관리 경력을 쌓지만 곧 이를 포기하고 시인이 되고자 마음을 굳힌다. 당시의 유명 문인들과 교류를 갖으며 연애시로 명성을 얻었으나 연애의 농락술을 교훈시풍으로 엮은 <사랑의 기술>이 풍속을 문란케 하는 책이라 하여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노여움을 샀다.
그 후 연애시와는 결별하고 이야기시(詩)의 제작에 몰두, 필생의 대작 <변신 이야기>를 완성했다. 아우구스투스 황제에게 헌정하려던 <행사력(Fasti)>을 제작 중이던 서기 8년, 황제로부터 돌연 로마 추방을 선고받았는데 이 추방에 얽힌 경위는 지금까지도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말년은 인생의 초반이 화려했던 것에 비해 비참했다.
흑해 연안의 벽지 토미스(콘스탄차)에서 호소와 애원이 담긴 서신을 고국에 띄우며 10년을 보내다가 그 곳에서 죽음을 맞았다.
그의 저서로는 <사랑의 노래>, <여걸들의 서한집>, <사랑의 기술>, <사랑의 치료약>, <로마의 축제들>, <비탄의 노래>, <흑해로부터의 편지> 가 있다.
<변신이야기>는 책에 대한 영감을 준 신들에 대한 축복의 기도로 시작된다.
서시
새로운 몸으로 변신한 형상들을 노래하라고 내 마음 나를 재촉하니, 신들이시여, 그런 변신들이 그대들에게서 비롯된 만큼 저의 이 계획에 영감을 불어넣어주시고, 우주의 태초로부터 우리 시대까지 이 노래 막힘없이 이어질 수 있도록 인도해주소서. (p.24)
카오스로부터 세상이 처음 만들어지고 만물을 지배하는 인간이 신의 형상으로 태어났으며 세상은 네 시대를 만났다.
황금의 시대는 늘 봄이었고 모든것이 풍요로웠다. 유피테르가 세상을 다스리는 은의 시대에는 봄이 줄어들고 사계절이 생기면서 사람들은 집을 짓고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이어서 온 청동의 시대에는 사람들의 마음이 더 거칠어졌으나 그때까지도 사람들은 범죄를 모르고 살았다.
스튁스의 그림자들 근처에다 감춰둔 재보(財寶)를 파내니, 이 재보야말로 악행을 부추기는 자극제이다. 어느새 유해한 무쇠와 무쇠보다 더 유해한 황금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이 두 가지를 두고 끊임없이 전쟁이 벌어져 인간은 피투성이가 된 손으로 요란하게 울리는 무기를 휘둘렀다. (p.31~32)
마지막으로 철의 시대가 되자 탐욕스럽고 오만해진 인간은 점점 신을 두려워하지 않고 극악무도한 짓조차 서슴지 않게 되었다. 사람들은 서로 금은보화를 차지하기 위해 무쇠로 된 무기를 휘두르며 끝도 없는 전쟁을 벌였다. 더이상 인간의 악행을 두고 볼 수 없었던 유피테르는 인간을 벌하기로 정하고 홍수를 일으켜 지상의 모든 생명을 쓸어버렸다.
1권 도입부분에 기독교 성서에 나오는 대홍수가 언급된다.
대홍수 이야기는 기독교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종교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전해진다고 한다.
대홍수 이야기 이후에 전개되는 내용은, 비교적 친숙하고 재미있는 그리스 신화의 에피소드들이다.
때로는 너무나 인간적이어서 신처럼 보이지 않는 신들의 이야기 속에는 인간의 모습이 농축되어 표현되어 있다.
그 옛날 인간군상에 대한 탐구서 같기도 하다. 어쩌면 그 근본은 변하지 않은 채 우리의 DNA에 깊이 잠재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서양사가들이 후세의 서양문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라틴 문학의 걸작으로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와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를 꼽는다고 한다. 두 작품은 2000년 동안 서양문학과 서양인의 자의식 형성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하니, 두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서양인 의식의 저변을 들여다보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다.
<아이네이스>가 장중한 언어를 통해 로마의 위대함을 노래했다면, <변신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변신하는 신들과 인간들에 대한 다양하고도 생동감있는 이야기이다.
<변신 이야기>는 그리스-라틴 문학을 통틀어 가장 재미있는 작가의 가장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일컬어지며, 그리스 신화에 관한 한 다른 문헌에서는 얻을 수 없는 귀중한 정보를 주고 나아가 문학작품 가운데 서양미술에 가장 많은 소재를 제공해왔다고 한다.
<변신 이야기>는 총 15권으로 된 서사시 형식으로 약 250편의 변신에 관한 신화와 전설을 담고 있는데,
크게 신들에 관한 부분(1권 452~6권 420행), 영웅들에 관한 부분(6권 421~11권 193행), 역사적 인물에 관한 부분(11권 194~15권 744행)으로 나뉜다.
*용어 정리
넥타르 - 신들이 마신다는 신비로운 술
닐루스(Nilus 그/Neilos) - 나일 강의 라틴어 이름
스튁스(styx) - 저승을 흐르는 강 중 하나로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것', '증오의 대상'이라는 뜻. 신들은 이 강에 걸고 맹세를 한다.
아이테르/에테르 - 대기 상층부의 오염되지 않은 맑은 공기
윱피테르의 나무 - 유피테르에게 바쳐진 떡갈나무
팔라티아 - 로마의 일곱 언덕 가운데 하나인 팔라티움(Palatium)의 복수형. 아우구스투스가 이 언덕에 궁전을 지은 뒤로 황제의 궁전은 '팔라티아'라고 불렸다.
*이 책에 나오는 신들의 이름
기가스(Gigas 복수형 Gigantes) - 대지의 여신의 아들로 수많은 팔과 뱀 발을 가진 거인.
메르쿠리우스 - 전령의 신. 퀼레네 출신, 아틀라스의 외손자.
네레우스 - 50명의 딸을 둔 바다의 신
님프 - 여신처럼 영원히 살지는 않지만 오래도록 사는 신적 존재로 나무의 요정(다이레스 혹은 하마디아스), 물의 요정(나이아스 또는 나이스), 산의 요정(오레아스 혹은 오레이아스) 으로 나뉜다.
복수의 여신 - 알렉토(멈추지 않는 여자), 티시포네(살인을 응징하는 여자), 메가이라(시기심 많은 여자) 세 명으로 알려져 있다. 오비디우스는 라틴어 이름 푸리아(Furia) 대신 그리스어 이름을 쓰고 있는데 여기서 '복수의 여신'은 '죄악'이라는 뜻이다.
보레아스 - 북풍의 신
사투르누스(그/크로노스) - 참조
사튀루스- 박쿠스의 종자(從者)들로 염소의 귀와 말꼬리를 가진, 들의 정령, 흔히 파우누스나 판과 동일시되었기에 염소의 발과 뿔을 가진 것으로 생각되었다.
실바누스 - 이탈리아의 숲(silva)의 신
아스트라이아(Astraea) - '별의 여신'이라는 뜻. 하늘에 올라 처녀자리가 된 정의의 여신(lustitia 그/Dike)
아우로라 - 새벽의 여신
아이올루스 - 시칠리아 북쪽의 아이올루스 섬들에 살고 있는 바람의 신
아폴로 - 태양, 예언, 의술, 궁술, 음악, 시를 주관하는 신. 포이부스, 델리우스로도 불린다.
암피트리테(Amphitrite) - 네레우스의 딸로 해신(海神) 넵투누스(Neptunus 그/Poseidon)의 아내
오르튀기아 - 디아나의 별칭
유노 - 유피테르의 부인
유피테르 - 제우스
이리스 - 무지개의 여신
케레스(Ceres 그/Demeter) - 사투르누스와 레아의 딸로 농업과 곡물의 여신
퀴클롭스 - 헤시오도스에 따르면 우라누스와 가이아의 아들로 제우스에게 벼락을 만들어 바쳤다고 한다. 호메로스의 작품에서는 이마 한가운데 둥근 눈이 하나 있는 외눈박이 거인으로 묘사된다.
테미스 - 우라누스와 가이아의 딸로 법도의 여신
트리톤 - 상반신은 인간이고 하반신은 물고기인 해신으로 아버지 넵투누스의 지시에 따라 소라고둥 나팔을 불어 바다에 파도를 일으키기도 하고 가라앉히기도 한다.
티탄 - 티탄 신족은 그리스 신화에서 우라누스와 가이아의 열두 자녀들로 그중 여섯 아들만 가리키기도 하고 여섯 딸을 포함해 열두 명 전부를 가리키기도 한다. '티탄'이란 이름은 이 책에서 흔히 태양신을 가리킨다.
파우누스 - 가축 떼와 들판의 신으로 나중에는 그리스 신화의 판(Pan)과 동일시되었다.
페나테스 신들 - 로마의 가정을 지키는 수호신들로, 사람들은 집안 맨 안쪽에 그 신상을 모셨다. 때로는 '가정'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포이베(Phoebe 그/Phoibe) - 포이부스의 여성형으로 아폴로의 쌍둥이 누이이자 달의 여신인 디아나(Diana 그/Artemis)의 별칭 중 하나.
포이부스 - 태양신 혹은 아폴로의 별칭
*출처: <변신이야기> 오비디우스 지음/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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