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가족여행이다.
당일 코스로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곳을 검색하다가 춘천을 떠올렸다.
춘천이란 도시는 왠지 모르게 설렌다.
춘천가는 기차. 라는 노래를 좋아했는데, 딱 그 느낌의 감성으로 기억 속에 자리잡았다.
아침 일찍 출발해서 가는 길에 덕평휴게소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휴게소에서 먹는 우동과 라면은 언제나 꿀맛이다.
1. 소양강 스카이 워크
쉬엄쉬엄 춘천에 도착해서 먼저 방문한 소양강 스카이워크.
스카이워크는 바닥이 유리로 만들어져서 발밑으로 소양강물을 내려다 보며 걸을 수 있는 다리이다.
바로 길 건너편에 공영주차장이 있다. 우리가 머물렀던 1시간 10분 주차료는 2400원.
전기차 충전기까지 설치되어 있다. 전기차가 상용화된지 오래건만 아직도 이 충전기는 낯설다.
자전거족을 위한 여행자 쉼터가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데 시설이 깨끗하고 참 좋았다.
자전거 여행객을 위해 샤워시설까지 갖춰져 있었다.
주차장에서 안내판을 보고 지하도를 따라 천천히 걸어가면 길 건너편에 있는 스카이워크까지 5분정도 거리이다.
한강 고수부지로 연결되는 지하도와 비슷하다. 최근에 본 봉준호감독의 <괴물> 장면이 연상되었다^^
가는 길 옆에 오리보트를 탈 수 있는 선착장이 보인다.
와~ 오리배다~~
아이들은 90년대 감성이라며 시큰둥했지만, 오리배가 너무 귀여워 타보고 싶었다.
어색하게 구명조끼를 모두 착용하고 오리배 승선.
아빠는 졸지에 열심히 다리운동을 했다.
오리배에서 바라 본 스카이워크 다리와 물결에 비친 모습이 초현실주의 그림같다.
모든게 편해지고 세련되어진 요즘, 색다른 추억의 경험이자 만오천원의 행복이었다. 만족스러웠다.
스카이워크를 걸으려면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구입해야 하는데, 구입한 입장권 금액만큼 춘천시내 소상공인 업체에서 이용할 수 있는 상품권을 준다.
스카이워크 관람비 = 네식구 입장권 구입 8000원 - 상품권 8000원으로 받음 = 0원 이다.
요 상품권은 춘천시내에서만 사용 가능하므로 다 쓰고 가는게 좋다.
우린 매표소 옆의 매점에서 상품권으로 과자 두봉지와 비타500을 사먹었다.
스카이워크 입구 앞에서 안내하시는 분이 유리 보호용 덧신을 나눠주는데, 옆에 있는 벤치에 앉아 신발을 신은 채로 덧신을 신으면 된다.
나와 둘째는 일부러 가운데 유리밑을 보며 걸어가는데 우리 보물님께서 무섭다며 다리를 떨며 내 팔을 꼭 잡는다 :)
걸어가다 보니 발 아래 유리 밑으로 동전이 가득하다. 자세히 보니 유로도 있다.
안내판에는 북한강과 소양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에서 동전을 던지면 소원을 이룰 수 있다는 속설이 있다고 적혀있다.
우리도 동전을 집어넣고 각자 소원을 빌어보았다 :)
다 지난 겨울에 바람도 없는. 봄같은 늦겨울날 강가의 풍경은 그윽했다.
2. 농가 닭갈비
블로그 검색으로 찾아낸 닭갈비 맛집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이 집이 길의 초입에 위치해서 몰랐었는데, 먹고 나와보니 그 길 전체가 닭갈비 골목이더라.
닭갈비 주문의 기본 세팅메뉴는 간단하다.
추억의 마카로니 마요샐러드와 무쌈, 파절이, 상추, 김치, 그리고 떡사리다.
메밀요리를 너무나 좋아하는 우리는 일단 막국수와 메밀전병을 주문했다.
나오자마자 배가 고파서 사진 찍기도 전에 이미 몇 조각 꿀꺽.
메밀 전병은 질척이지도 않고 딱 알맞게 구워져서 고소하고 맛나다.
비주얼로도 이미 완벽한 막국수.
기대 없이 주문했던 이 막국수는 정~~말 맛있었다.
여지껏 먹어봤던 막국수 중 가장 맛있었음.
식초 겨자 넣어 이 집에서 꼭 먹어봐야 할 메뉴.
닭갈비를 굽는데에는 노하우가 있었다.
불길없이 잘 다스려진 숯불이 화로에 장착되자 사장님(아드님인가?)이 재빨리 천정에서 내려오는 긴 환기통을 숯불에 닿을만큼 가까이 내려 화기를 빨아들인다.
뭐하는거지!
불길을 좀 세게 만드는 효과가 있는 방법이란다. 오~ 몰랐다~ 그렇겠네...장작에 부채질을 하는 효과가 있겠구나~ 역시 그렇게 하니까 얌전하던 숯이 갑자기 벌겋게 달아오른다.
그리고나서 석쇠위에 양념닭갈비 반, 간장닭갈비 반을 보기 좋게 척척 얹는다.
'20초마다 뒤집어줘야 양념을 태우지 않고 골고루 익힐 수 있어요'라며 모든 손님들에게 이 20초 룰을 전파해주시는 센스.
덕분에 고기를 하나도 태우지 않았고 인내심 있게 핸드폰 타이머로 20초씩 재가며 10여분 동안 구워 육즙이 살아있는 맛있는 닭갈비를 맛볼 수 있었다.
마무리로 밥과 된장찌개, 그리고 아쉬워서 한 그릇 더 주문한 막국수로 모두들 배가 빵빵해지도록 먹었다.
3. 김유정 문학관
배를 채우고,
춘천 실레마을 출신의 작가 김유정 문학촌을 찾았다.
조성된 지 얼마 안되었나, 모두 새 것같이 깨끗하고 현대적이다.
김유정의 <동백꽃>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중요 컷별로 캐릭터 조형물로 만들어져 주차장 옆마당에 전시되어 있었다.
전통미가 흐르는 김유정문학촌 분위기와는 다소 어울려보이지 않는 왕방울 눈을 가진 애니메이션 캐릭터였지만 아이들의 흥미를 돋우는데에는 성공했다.
문학촌에는 공방체험 시설도 있고 매점과 작은 식당도 들어서 있었다.
이 곳의 메인인 김유정 이야기집과 바로 길 건너의 김유정 생가를 구경하려면 자동 발매기에서 티켓을 구입해야 한다.
한 사람당 2000원. 이 티켓으로 두 곳 다 구경할 수 있다.
김유정 이야기집 안으로 들어가자 제일 먼저 책을 첩첩이 쌓아 올려 만든 전시관 입구 게이트와 예쁜 봄봄 소파가 눈에 띈다.
29세 꽃다운 나이에 요절한 작가 김유정.
짝사랑꾼 김유정.
그의 작품은 시간이 지나도 영원히 청춘의 빛일 것만 같다.
<봄봄> 과 <동백꽃> 애니메이션을 상영하는 소극장이 있어 편안한 의자에 앉아 감상하며 잠시 피로를 달랠 수가 있다.
이야기집의 골목길을 따라 걷다보면 김유정의 대표작품을 오디오북으로 들을 수 있는 공간과 미니 도서관도 마련돼 있다.
한 쪽 구석에 각종 김유정 관련 행사 안내판이 전시되어 있었다.
글쓰기에 소질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도전해 볼 만한 행사다.
길 건너편에 있는 매표소를 거쳐 티켓확인을 한 후 김유정 생가를 볼 수 있다.
참 예쁜 한옥이었다.
짚으로 엮은 지붕이 소박했고 옛 시골집처럼 정겨웠다.
이 집은 김유정작가의 친척을 통해 고증을 거쳐 복원되었다고 한다.
내부가 너무나 멋졌다.
바람이 앞뒤로 통하는 대청마루와
하얗게 창호지를 바른 문살이 소박하고 정갈했다.
나도 모르게 숙연한 기분이 된다.
삶을 깊이있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 작가에 대한 존경심이 생긴다.
집으로 돌아가 김유정 작품을 다시 찬찬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 카페 어스17
베짱이 가족이 즐기는 오락 중 하나는 카페 가기이다.
역시 블로그 검색으로 찾아낸 멋진 카페.
그런데,
이용료가 있었다. 1인당 1메뉴 주문을 해야 한다.
야외 빈백에 앉아 여유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멋진 곳이었지만 평범한 음료에 비해 이용료는 좀 비싼편이었다.
2층은 조용히 재즈음악이 흐르는 음악감상 공간으로 노키즈존이다.
시원스런 통창으로 1층의 야외공간이 내려다 보이고 LP레코드판으로 장식된 한쪽 면과 커다란 구식 스피커가 멋스럽다.
편안하게 소파에 기대 앉아 몇 시간이고 지인과 옛 이야기를 소곤소곤 나눌 수 있을것 같은 공간이다.
시원한 여름저녁 어스름, 귀뚜라미 소리 들어가며 야외에서 가족과 함께 편안하고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곳이다.
날씨가 더 좋아지면 시원한 저녁바람 맞으며 커피마시러 다시 한 번 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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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당일치기 여행으로 정말 여유있고 편안한 일정이었다.
차로 움직이기에 멀지 않고 부담 없이 저녁을 먹고 출발해도 좋은 거리에 이런 여행지가 있다는 것이 참 감사했다.
어느 여름 밤, 막국수가 땡길 때 갑자기 차를 달려 춘천으로 향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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