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73
어린 소년 시절 이따금, 이를테면 수난의 금요일 같은 때, 아버지가 수난 이야기를 낭독해준 다음이면 나는 마음 깊이 감동받아 이 고통스럽게 아름답고 창백하고 유령 같은, 그러면서도 섬뜩하게 생생한 세계, 저 겟세마네와 골고다 언덕에 살았다. 그리고 바흐의 <마태수난곡>을 들을 때면, 그 온갖 신비로운 전율을 간직한 비밀스러운 세계의 어둡고도 강렬한 수난의 광채가 나를 가득 채우곤 했다. 오늘날에도 나는 이 음악과 저 <죽음의 칸타타 Actus tragicus>를 모든 시와 예술적 표현의 정수라고 생각한다.
p.133
마음이 울적해지면 피스토리우스에게 저 옛날 북스테후데의 파사칼리아를 연주해달라고 청했다. 저녁무렵 어두운 교회에서 나는 특이하고 내면적이며, 자신 속에 침잠하여 자신의 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는 이 음악을 들었다. 그것은 언제나 내게 좋은 작용을 해서 영혼의 목소리가 옳음을 받아들일 각오를 다지게 만들었다.
애잔하면서도 가슴 깊은 곳에 도사리고 있는 상처를 어루만지는 듯한 음악이다.
자신 속에 침잠하여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싶을 때 싱클레어가 찾아간 곳은 오래된 도시의 고즈넉하고 어두침침한 성당.
그 곳에서 울려퍼지던 북스테후데의 파사칼리아는 그의 외로운 영혼을 위로해주었다.
어두운 성당 뒷켠 어디에선가 지친 얼굴의 싱클레어가 앉아 피스토리우스의 연주를 듣고 있을것만 같다.
방탄소년단의 <피.땀.눈물> 뮤직비디오 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뮤비 중간에 RM의 <데미안> 영문 나레이션과 함께 슈가의 <파사칼리아> 연주 장면이 나온다.
아름다운 힘이 흘러 넘치는 뮤직비디오.
뮤직비디오의 고전이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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