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신 포이부스와 클뤼메네의 아들 파에톤은, 이오의 아들이자 또래친구인 에파푸스로부터 모욕을 당했다.
파에톤은 절대 태양신의 아들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너는 바보같이 네 어머니가 하는 말을 곧이듣고 아버지에 대한 그릇된 생각으로 잔뜩 부풀어 있구나."
이 말을 들은 파에톤은 바다의 신 테튀스의 딸이자 어머니인 클뤼메네에게 달려가 자신이 태양신의 아들임을 증명해 달라고 졸랐다.
클뤼메네는 아들에게 직접 아버지인 태양신에게 찾아가 물어보라고 말했다.
파에톤은 멀고 먼 길을 떠나 세상의 동쪽 끝에 있는 태양신을 찾아가서는 자신이 그의 아들임을 세상에 증명해달라고 부탁했다. 포이부스는 스튁스 강에 맹세까지 하며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원한다면 무엇이든 주겠노라고 말했다. 그가 말을 마치자 소년은 아버지의 빛나는 황금마차를 몰아보고싶다고 했다.
불카누스가 선물한 태양신의 마차를 인간이 몬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것은 인간인 파에톤 뿐만 아니라 다른 신들에게도 위험하고 버거운 일이었다.
아버지는 철없는 아들에게 애원했다.
"내 아들아, 조심해야 한단다. 내가 너에게 치명적인 선물을 주는 일이 없도록 아직 늦지 않을 때 소원을 바꾸도록 해라."
"자, 내 얼굴을 보아라.
네가 내 가슴속을 들여다보고 거기서 아비의 염려를 알아챌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러고 나서 풍요로운 세상이 갖고 있는 것을 다 둘러보고,
하늘과 대지와 바다의 그토록 많은 재물 중에 무엇이든 달라 하여라.
나는 너를 위해 그 어떤 것도 거절하지 않겠다.
하지만 제발 이 부탁만은 거두어다오.
그것은 사실 명예가 아니라 벌이다.
파에톤아, 너는 선물 대신 벌을 요구하고 있다."
간곡한 아버지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파에톤은 자신의 소원을 바꾸지 않았고, 태양신은 어쩔 수 없이 아들에게 자신의 마차를 내어준다.
파에톤은 의기양양하게 아버지의 마차에 올라탔지만 그는 날개달린 태양신의 네 마리 말을 제어할 수 없었다. 퓌로이스(Pyrois, 불)와 에오우스(Eous, 새벽)와 아이톤(Aethon, 불길)과 플레곤(Phlegon, 화염)이 끄는 태양신의 마차는 제멋대로 궤도를 이탈해 지구를 온통 불바다로 만들어버렸다. 파에톤은 그제서야 자신의 결정이 어리석었음을 깨달았지만 소용 없는 일이었다.
느닷없는 재앙에 놀란 대지의 여신이 뜨거움을 참지 못하고 유피테르를 향해 소리쳤다.
"이것이 그대의 뜻이고, 내가 이런 일을 당해 마땅하다면, 최고신이여, 왜 그대의 벼락은 놀고 있지요?"
이 말을 들은 유피테르는 태양신의 마차에 끌려가던 파에톤에게 벼락을 던져 떨어뜨려 재앙을 멈추고 불바다를 잠재웠다.
유피테르의 벼락에 맞아 마차와 말들과 함께 에리다누스 강에 떨어진 파에톤의 시신은 물의 요정에 의해 수습되었고 그의 비석에는 이런 문구가 새겨졌다.
"여기 파에톤 잠들다. 아버지의 마차를 몰던 그는 비록 그것을 제어하지는 못했지만 큰 일을 감행하다가 떨어졌도다."
* 포이부스: 태양신 헬리오스의 별명. '빛나는 자'라는 뜻. 후에 아폴론이 이 별명을 물려받아 포이부스 아폴론으로 불리게 된다. 이 이야기에서는 헬리오스를 말한다.
* 에리다누스 강: 대지의 서쪽 끝에 있다는 전설적인 강으로, 훗날에는 이탈리아의 포 강 또는 프랑스의 론 강과 동일시되었다.
'신화와 역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와 헤르메스의 카두케우스 (0) | 2020.04.11 |
---|---|
미루나무로 변한 헬리아데스들 (0) | 2019.11.21 |
황도 12궁에 관련된 신화 이야기 (0) | 2019.11.09 |
태양신 포이부스의 사랑을 받았던 시뷜라 (0) | 2019.11.02 |
스퀼라 (0) | 2019.1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