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국립공원 영실탐방로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하원동
주차비: 승용차 1800원
이번 제주도 여행은 한라산 탐방이 목적이었다.
가족과 함께 제주도에 몇 번이나 갔었지만
한라산에 올라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우리 가족은 산에 오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산에 가자~ 하면
나를 제외한 세 명이 합창을 한다.
"혼자 다녀오세요"
나 역시 산체질은 아니었는데...나이가 들수록 산이 좋아진다.
학창시절 여름방학에 제주도가 집인 친구네 놀러갔다가
한라산 중턱 즈음에서 쩔쩔맸던 기억이 어슴푸레 남아있다.
엄청나게 덥고 무지무지 힘들었는데
갑자기 펼쳐진 산중턱의 평원에 가슴이 탁 트였었다.
어느 코스로 올랐는지 기억도 없다.
우리 가족은 산 정상에서 먹을 점심식사로
검색으로 찾아낸 제대김밥에서 김밥 6줄을 주문했다.
좀 많은가? 싶었지만
아침을 안먹어 배가 무척 고팠기 때문에 가는 길에 두 줄 순삭
제대김밥 정말 강추다.
맛도 양도 비주얼도 가격도. 무엇보다 사장님 최고!!!
다음에 제주도에 가면 무조건 방문하기로 했다.
한라산은 정말 좋았다.
우리는 제대김밥 사장님의 제안에 따라
영실코스를 택했다.
영실은 초보자에게 적당한 코스라고 했다.
탐방로 코앞까지 주차가 가능했다.
나처럼 어쩌다 등산을 가는 사람을 위한
최적의 코스가 아닐 수 없다 ㅎ
다른 블로그를 보고 가려고 정했었던 관음사 코스는
가을단풍이 아주 멋진 곳이라지만
우리 가족에겐 난이도가 많이 높아서 이번엔 일단 포기했다.
언젠가 관음사 코스로도 꼭 올라가 봐야지.
드디어 진입로로 들어섰다.
시원한 숲길이 완만하게 펼쳐졌다.
속으로
오우~ 이 정도면 괜찮겠는데~
아이들도 뭐 이정도라면 뭐~
만만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산행에 올랐다.
하아~ 숲의 향기.............정말 좋다.
한 시간 반 정도면 한라산 정상에 오를거라 생각하니 벌써부터 두근두근했다.
가을 햇볕이 따가웠다.
모자는 필수.
마주 오는 분들 중 간혹 양산을 쓰고 내려오시는 분들도 있었다.
내 한 몸 추스르고 올라가기도 힘든데, 한 손에 양산이라니...
뤼스펙!
1600고지
병풍바위
;;;;;;;......
모두들 점점 말이 없어진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된다.
한 시간 가량 오르자 목도 마르고 식구들이 지쳐간다.
가져간 삼다수 500ml는 벌써 세 병 째 비워버렸다.
두 병이 남았으니 좀 아껴야겠다.
다리가 후덜덜덜...
평소 산 근처에도 가지 않던 우리 가족 모두 뻗기 일보 직전이다.
우리 보물님이 투덜대기 시작했다.
저 꼭대기까지 가려면 한참 멀었다고.
오늘 안으로 절대 못갈 거라고.
우리 가족 비스무리한 가족 역시 입이 댓발 나와서
먼저 올라가 있는 식구에게 전화를 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니 대체 어디까지 올라가야 하는거야!!"
옆에서 쉬고 있던 청년들이 웃으며 말한다.
"조금만 더 가면 돼요. 여기서 돌아가기엔 너무 아까워요"
ㅎㅎ 고마워라~~
덕분에 꿈쩍도 안할 것 같던 보물님이 엉덩이를 떼고 다시 무거운 다리를 옮긴다.
그러다가 갑자기 거짓말처럼 평지가 나타났다.
정말 아름답다...
할수만 있다면 해가 질때까지 이 자리에 앉아있고 싶다.
천국이 따로 없었다...
정상은 아니지만 정상이 가까이 보이는 곳에 걸터앉아
조용히 바람에 실려오는 풀향기를 맡고 있었다.
그 곳에는 웅웅거리는 차의 경적소리나 텔레비전, 혹은 핸드폰에서 흘러나오는 잡다한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귀는 살짝 먹먹하고 공기가 묵직하게 내 머리 위에 내려앉은 기분이었다.
자연의 숨소리일까.
소소소...하는 바람소리가 귀엽게 느껴졌다.
강행군 하다가는 다신 안온다고 할까봐
아쉽지만 전망대를 눈앞에 두고 샘터까지만 가기로 했다.
하산시간은 16시.
각 계절마다 입산과 하산시간이 정해져 있기때문에
제주도 관광공사 홈페이지에서 꼭 확인을 하고 탐방길에 올라야 한다.
내려오는 길에 헬리콥터를 보았다.
고마운 탐방로를 새단장해 줄 각목을 나르고 있었다.
이런 험한 산길을 다닐 때마다
항상 궁금했었다.
누가 이 길을 다 만들었을까...
수고롭게 정돈된 길을 깔아준 손길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헬리콥터가 날라다 준 각목들
올라갈 때는 1시간 반이 걸렸는데 내려올 땐 1시간이 걸렸다.
등산은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오는 게 힘들다던데
웬일인지 내려오는 게 더 나았다.
올라갈 때 눈여겨보지 못했던 표지판들
족제비도 살고 있다니 신기하다.
내려오니 탐방로 입구의 카페 앞에
까마귀들이 비둘기처럼 바글바글하다.
카페 사장님 왈
까마귀는 한라산의 텃새라고 하신다.
여행객들이 던져주는 과자를 많이도 얻어먹은 모양이다.
사람 주위를 떠나지 않는다.
번들번들한 검은 털이 쬐~에끔 징그럽기도 해서
닭에 버금가게 커다란 까마귀가 푸드덕거리며 날아다니면
잠시 얼음!이 되어 멀찌감치 피해 있었다^^
까마귀들이 워낙 사람 가까이 날아와 앉아있기 때문에
자세히 볼 수 있는 행운(?)을 누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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