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모포리아 축제(Thesmophoria)는 곡식과 농업의 신인 데메테르 테스모포로스(Demeter thesmophros : 입법자 데메테르)를 기리는 축제로 10월경 아테네에서 사흘간 계속되었다. 기혼여성들만 참가할 수 있으며 사흘 중 가운데인 두 번째 날에는 모두 단식을 했다.
그리스인은 아마 '사라지는 신'이라는 불안감을 주는 신화를 중동에서 가져왔을 것이다. 이 신화는 그리스에서 가장 중요한 몇 가지 제의에 영감을 주었는데, 이런 제의들은 깊은 상실감을 경험하지 않고는 생명과 환희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곡식과 다산의 신 데메테르 또한 시야에서 사라지는 모신(母神)이었다. 데메테르는 제우스에게 페르세포네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딸을 낳아주었다. 제우스는 페르세포네를 자신의 형제이자 지하 세계의 주인인 하데스에게 주었다. 제우스는 데메테르가 절대 이 결혼에 동의하지 않으리란 것을 알았기 때문에 하데스가 자기 딸을 납치하는 것을 도왔다. 분노와 슬픔에 제정신이 아닌 데메테르는 올림포스를 떠나, 인류에게서 그녀의 은혜를 모두 거두어들이고, 노파로 변장하고 지상에 살면서 딸을 찾아 모든 곳을 돌아다녔다. 세상은 황폐한 사막이 되었다. 곡식은 자라지 않고, 사람들은 굶어죽기 시작했다. 그러자 인간이 바치는 희생에 의지하는 올림포스의 신들은 페르세포네의 귀환을 추진했다. 그러나 페르세포네는 지하 세계에서 석류나무 씨앗을 먹었기 때문에 매년 일정한 기간 동안은 지하에서 남편과 살아야 했다. 페르세포네가 데메테르와 다시 만나면 세상은 꽃을 피우지만, 겨울에 지하에 있는 동안에는 땅이 죽은 것처럼 보였다. 삶과 죽음은 불가해하게 얽혀 있었다. 데메테르는 곡식의 여신이었지만 또 지하의 여신이기도 했다. 곡식은 땅 깊은 곳에서부터 자라기 때문이다. 죽음의 신 하데스는 곡식의 수호자이자 수여자였으며, 영원히 어린 소녀(코레kore)인 페르세포네는 지하 세계의 여주인이었다.
고대 테스모포리아 축제에서 그리스인은 매년 이 혼란스러운 드라마를 재연했다. 사흘 동안 공동체의 모든 유부녀가 남편을 버리고 데메테르처럼 사라졌다. 여자들은 문명이 도래하기 전 원시인이 그랬던 것처럼 끼니를 굶으며 땅바닥에서 잤다. 그들은 의식을 통해 남자들을 저주했다. 또 제의적인 외설의 흔적도 있다. 여자들은 하데스가 페르세포네를 납치할 때 땅이 삼킨 돼지들을 기념하여 새끼 돼지들을 희생으로 바친 뒤 구덩이에 던져 썩게 놓아두었다. 행복한 결말은 없었다. 페르세포네의 귀환은 기념하지 않은 것이다. 도시는 발칵 뒤집혔다. 사회의 기초를 이루는 가족 생활이 무너졌다. 그리스인은 문명의 파괴, 양성간의 심각한 반감, 데메테르가 은총을 거두어들였을 때 세상에 임박했던 우주적 파국의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축제가 끝날 무렵이 되면 여자들은 집으로 돌아갔고 이로써 생활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이 제의를 통해 그리스인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과 직면했다. 그들은 암흑 시대에 자신들의 사회가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았으며, 그동안 참사의 기억을 억눌러 왔을 뿐이다. 그러나 그 시기와 관련된 묻어버린 기억 때문에 그리스인들은 자신들이 이룬 것이 순식간에 사라질 수도 있으며, 죽음, 해체, 적대가 언제나 잠복해 있다는 사실을 의식했다. 이 제의는 그리스인에게 공포를 겪으며 살고 그 공포와 직면하도록 강요했으며, 그런 뒤에야 다른 쪽으로 안전하게 나아가는 것이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축의 시대에 네 지역에서 창조된 종교 전통은 모두 공포와 고통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이들 모두 이런 고난을 부정하지 않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고난을 완전히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깨달음의 필수적인 전제 조건이었다. 축의 시대가 시작되기 오래 전인 이 초기 단계에도 그리스인은 이미 그 중요성을 이해했다.
*출처: <축의시대> 카렌 암스트롱 저 / 교양인, Wikipedia
덧붙여진 다른 설명은 링크 참조
'신화와 역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월계수가 된 다프네 (0) | 2019.09.17 |
---|---|
인간의 조상 데우칼리온과 퓌르라 (0) | 2019.09.16 |
퓌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 (0) | 2019.09.10 |
아마조네스 (0) | 2019.08.30 |
크로노스(Kronos)/사투르누스(Saturnus) (0) | 2019.08.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