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361
비극의 본질을 정의해보자.
비극은 진지하고 일정한 크기를 갖는 완결된 행동을 모방하며, 듣기 좋게 맛을 낸 언어를 사용하되 이를 작품의 각 부분에 종류별로 따로 삽입한다. 비극은 드라마 형식을 취하고 서술형식을 취하지 않는데, 연민과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사건으로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실현한다.
(듣기 좋게 맛을 낸 언어란 리듬과 선율을 가진 언어 또는 노래를 의미하고, 작품의 각 부분에 종류별로 따로 삽입한다 함은 어떤 부분은 운문으로만 진행하고 어떤 부분은 노래로 진행되는 것을 의미한다.)
비극의 여섯가지 구성요소는 플롯, 성격, 조사, 사상, 볼거리, 노래이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사건의 짜임새, 즉 플롯이다. 비극은 인간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행동을 모방하기 때문이다.
비극이 겨냥하는 것은 모종의 행동이지 성질이 아니다. 인간의 성질은 성격에 의해 결정되지만 행복과 불행은 행동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플롯이 비극의 제1원리, 즉 비극의 혼이고, 성격은 두 번째이다. 성격은 행동하는 인간이 무엇을 의도하고 무엇을 기피하는지 분명하지 않을 때 그의 의도를 드러낸다.
세 번째로 중요한 것은 사상이다. 사상은 사람들이 무엇을 증명하거나 논박하거나 보편적 명제를 말할 때 그들의 발언에 나타난다.
네 번째 것은 조사인데, 조사란 운율의 배열을 의미한다. 말을 이해할 수 있도록 결합하는 전 과정을 의미한다.
나머지 둘 중 노래는 비극의 가장 중요한 양념이다. 볼거리는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예술과는 무관하며 창작술에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p367
플롯을 훌륭하게 구성하려면 아무 데서나 시작하거나 아무데서나 끝내서는 안된다. 아름다운 것은 생명체건 여러 부분으로 구성된 사물이건 그 부분들의 배열에 일정한 질서가 있어야 할 뿐더러 일정한 크기를 가져야 한다.
아름다움은 크기와 질서에 있기 때문이다.
p371
시는 역사보다 더 철학적이고 진지하다. 시는 보편적인 것을 말하는 경향이 더 강하고 역사는 개별적인 것을 말하기 때문이다.
p383
비극의 여섯가지 구성요소는 플롯, 성격, 조사, 사상, 볼거리, 노래이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사건의 짜임새, 즉 플롯이다. 비극은 인간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행동을 모방하기 때문이다.
훌륭한 비극이 되려면 플롯이 단순하지 않고 복합적이어야 하며 공포와 연민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행동을 모방해야 한다. 따라서 다음 세 가지 플롯은 피해야 한다.
1. 점잖은 사람이 행복하다가 불행해지는 것을 보여주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공포의 감정도 연민의 감정도 불러일으키지 않고 불쾌감만 주기 때문이다.
2. 못난 자가 불행하다가 행복해지는 것을 보여주어서도 안 된다. 그것은 가장 비극적인 것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그것은 비극의 필요조건을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한다. 즉 그것은 인정에 호소하는 점도 없고 연민의 감정도 공포의 감정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3. 극악한 자가 행복하다가 불행해지는 것을 보여주어서도 안 된다. 그와 같은 플롯 구성은 인정에 호소하는 점은 있을지 몰라도 연민의 감정도 공포의 감정도 불러일으키지 않기 때문이다.(연민의 감정은 부당하게 불행을 당하는 사람을 볼 때 느끼고, 공포의 감정은 우리 자신과 비슷한 사람이 불행을 당하는 것을 볼 때 느낀다.) 따라서 이 경우는 연민의 감정도 공포의 감정도 불러일으키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이들 점잖은 사람과 못난 자들의 중간에 있는 인물이다.
미덕과 정의에서 탁월하지는 않지만 악덕과 비행 때문이 아니라 하마르티아(신분을 몰라서 생기는 실수) 때문에 불행을 당한 사람이 곧 그런 인물인데, 그는오이디푸스나 튀에스테스나 그와 대등한 가문의 저명인사들처럼 큰 명망과 번영을 누리는 자 가운데 한 사람이어야 한다.
출처: <수사학/시학> 아리스토텔레스 저 / 천병희 역 숲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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