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32
그녀는 기차 옆을 따라가면서 잠에서 깨어난 몇몇 승객에게 카페오레를 내밀었다. 아침 햇살이 반사되어 다홍색으로 물든 그녀의 얼굴은 하늘보다 더 분홍빛이었다. 그녀 앞에서 나는, 매번 우리가 아름다움과 행복에 대해 새롭게 인식할 때마다 마음속에 다시 생겨나는 그 살고 싶은 욕망을 느꼈다. 아름다움과 행복은 개별적인 것이건만 우리는 늘 그 사실을 잊고, 이 아름다움과 행복을 우리 마음에 들었던 여러 다른 얼굴들이나 우리가 체험했던 갖가지 기쁨들 사이에서 일종의 평균치를 형성하는 관습적인 표본으로 대체함으로써 무기력하고도 무미건조하며 추상적인 이미지만을 간직한다. 그러나 이 이미지에는 우리가 아는 것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사물의 성질이, 아름다움과 행복의 고유한 성질이 결핍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삶에 대해 비관적인 판단을 하며, 이 판단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우리가 아름다움과 행복을 충분히 고려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 아름다움과 행복을 없애고 이에 관해 단 하나의 분자도 들어 있지 않은 종합적인 사실로 대체했기 때문이다.
좋은 책이란 특별하고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p.52
할머니와 함께 있을 때면 내 마음속에 있는 슬픔이 아무리 크다 해도 그 슬픔이 보다 큰 연민의 정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을, 또 나와 관계된 일이라면 무엇이든 내 근심이나 소망이 할머니 마음속에서 나 자신의 소망보다 더 강렬하게 내 생명을 보존하고 성장하고 싶은 소망으로 떠받쳐지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알 수 있었다.
진정한 사랑이란 상대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
p56
낯선 방에서 잔다는 이 공포는, 어쩌면 현재 우리 삶의 가장 좋은 부분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미래에는 존재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우리 정신이 인정할 수밖에 없을 때 나타나는 저 커다란 절망적인 거부, 그런 거부의 가장 소박하고도 막연하며 생리적이고 거의 무의식적인 형태에 지나지 않는지도 모른다. 이 거부는 우리 부모님께서 언젠가는 돌아가실 것이며, 삶의 불가피함이 나와 질베르트를 멀리 떨어져 살게 할 것이며, 또는 그저 친구들도 다시 만나지 못하는 고장에서 영구히 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느껴지는 공포의 맨 밑바닥에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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